김귀신은 가볍게 제자리에서 뛰어 몸을 풀었다. '흠?'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김귀신은 손바닥을 쥐락펴락했다가 정면을 응시했다. 고개를 이리저리 꺾으며, 책을 든 채 피를 뚝뚝 흘리며 다가오는 사서 쌤이 있었다. 장예준은 아예 움직이지도 못하는 건지 제자리에서 그저 벌벌 떨기만 했다. 김귀신은 장예준의 머리를 가볍게 툭 쳤다...
실종되었는지조차 몰랐던 권정욱 선배가 돌아왔다는 소식은 전교에 빠르게 퍼졌다. 1년 전, 야자 중 갑자기 사라졌다가 1년이 지난 뒤, 야자 중에 갑자기 돌아온 그는 온갖 소문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그의 처분을 두고 그 당시 야자 감독을 했던 선생은 물론이요, 권정욱 선배의 당시 담임이었던 선생과 교감, 교장, 이사장님까지 모이게 되었으며 권정욱 선배의 부...
그 소리를 들은 나는 어찌할 줄 몰라 머리를 싸매고 우왕좌왕했다. 대체 뭐 어떡하란 거야? 방송 준비는 여기서 다 끝난 거 아닌가? 아니지, 라디오 방송이면 DJ가 필요한데? 내가 얼탈 동안 양지원은 제 뺨을 손등으로 훔치고는 연기의 근원지로 다가갔다. 그 안에는 처음 보는, 우리 학교 교복을 입은 남성과 온통 피투성이인 여성이 있었다.
황효정과 함께 회의실에 들어오긴 했다만, 이 어색한 분위기는 어찌할 수 없었다. 양지원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회의실을 휘 둘러보았다. 이러나저러나 자신들은 지금 그승에 있다. 아마 소서리와 그쪽 동아리 귀신이나 선배와도 다른 그승일 터다. 회의실 문밖에 있을 터인 그들의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김귀신이 말했던 선택 하라는 게 이런 뜻인...
"불 좀 켜봐라." 황효정 선배의 날 선 말이 들렸다. 나는 허둥지둥 움직이다가 누군가와 손이 맞닿았다. 소스라치게 놀라 손을 빼려고 했으나 손이 닿은 그는 오히려 내 손을 확 잡아끌었다. 어둠에 차차 익숙해지는 눈이 익숙한 실루엣을 그려냈다. 대충 넘긴 건지 올린 건지 모를 앞머리가 이마 위에 흩어졌다. 어둠 속에서도 뚜렷한 파란색이 빛을 발했다. 양지원...
'히야, 여는 내가 우얘든 할 테니까 빨리 가라.' '지랄, 니가 뭘 우얘 할낀데?!' '아, 빨리 가라고!' 그가 소리쳤다. 하지만 지현민은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여기서 등을 보이고 도망친다? 그의 앞에서 선배 된 도리로서, 형 된 도리로서 그런 쪽팔린 모습은 보여줄 수 없었다. 그는 웃으며 제 손가락에 있던 반지를 빼 지현민에게 던졌다. 지현민이 낚아...
죽음은 누구에게나 오는 자연스러운 섭리다. 수많은 죽음을 지켜보았고 수많은 탄생을 지켜보았지만 죽음을 보면 초연할 수 없었다. 김귀신은 단지 우유를 하나 나무 아래에 내려두고 자신은 그 곁에 앉아 나무에 몸을 기댔다. 오늘 하늘은 높고 맑았다. 비라고는 전혀 오지 않을 화창한 날씨다.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에 뺨이 간지러웠다. 김귀신은 땅을 매만졌다....
귀신 주제에 더럽게 발은 빠르다. 내 숨은 턱 끝까지 차올라 볼썽사납게 헉헉댔다. 지하 1층으로 내려오니 역시나 김소영이 향한 곳은우리 야월괴담 동아리실이다. 오늘따라 유독 지하 1층도 으스스하고 불길하게 느껴졌다. 어느새 내 몸에 난 땀은 차갑게 식어 기분 나쁜 축축함으로 변했다. 나는 뺨을 대강 훔친 후 조심스럽게 복도로 발을 내디뎠다.
“선배, 좋아해요!” ”헐.” 이건 내 의지가 아니다. 맹세코, 내 의지가 아니다. 내 입이 멋대로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 내 볼이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젠장! 제길! 나는 안에서 아우성쳤다. 왜 대체 내 몸에 들어와서 이러냐고! 그는 대답 없이 김명운 선배를 물끄러미 보았다.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자의 얼굴일 터다. 나는 당장이라도 ...
“서리야!” 등이 차가웠다. 나는 들리는 목소리에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가 배를 감싸 쥐었다. 하지만 고통은 없었다. 분명 배를 찔려서 피를 토하고, 여기서 모란이 꾸물꾸물 기어 나왔는데. 멍청하게 내 복부를 더듬었으나 멀쩡하기만 했다. 그러다가 떠올렸다. 모란은 비형랑 선배와 죽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모란은 이제 내 곁에 있을 수 없다.
“짠~.” 우청희가 웃으며 잔을 들었다. 따라 박주희와 양지원이 잔을 들었다. 세 사람의 맥주잔이 경쾌하게 쨍 부딪혔다. 그들은 곧장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곧 적당한 비율로 섞은 소맥이 간을 촉촉하게 적셨다. 박주희는 크아, 소리를 내며 잔을 내려놓곤 마른안주를 질겅질겅 씹었다.
"양지원이!" 머리를 한 대 거하게 얻어맞았다. 양지원은 자기 정수리를 문지르며 얼떨떨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몇몇은 책상에 코를 처박고 있고, 또 몇몇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판을 타닥타닥 두들기고 있었다. 물론 빈 자리도 보였다. 그리고 양지원의 뒤에는 익숙한 사람이 있었다. 양지원이 들어오기 전까지 이 팀의 막내였다던 선배다. 양지원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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