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택에서 일할 때 알아야 할 주의사항

完

그리 화려하지 않은 무대 조명 아래, 춤추던 W의 손이 끝을 맺었다. 그가 건반에서 손을 떼자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들 손뼉을 우레와 같이 쳐댔다. W는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한 후, 커튼이 닫기며 관객석이 차차 밝아지는 걸 보며 무대 뒤쪽으로 빠져나왔다. 알게 모르게 얼굴에 땀이 축축했다. W는 손등으로 조심스럽게 뺨을 훔쳤다. 뺨은 발긋하게 달...

"연락이 안 된다고요? …네. ……네. …알겠습니다. 제 쪽에서 확인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R은 자신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영광스러웠다. 멋지고 비싼 옷도 공짜로 입을 수 있고, 머물 수 있는 방도 내어주고, 심지어 밥도 공짜로 준다니.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R은 머리를 어색하게 매만지다가 단정하게 옆으로 질끈 묶었다. 끄트머리가 짙은 분홍빛인 붉은 머리가 어깨 위로 흔들렸다.

집사장은 말이 많지 않았다. 사적인 말도 거의 꺼내지 않았고, 주인님이나 이 저택에 관한 어떠한 이야기도 M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물론 그런 말을 묻지도 말라는 충고도 있었다. 낯을 많이 가리는 M은 그 점이 썩 좋았다. 집사장이 수다스러웠다면 이 일을 하루도 못 하고 때려치웠을 것이 뻔했다. M은 지나가는 집사장에게 말없이 고개만 까딱거렸다. 집사장도 M...

"돈은 어디서 꾼 거야?" "아~, 이거?"

F는 오늘도 심부름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심부름의 내용은 항상 달랐다. 마을의 시장에 가서 평범하게 먹을거리를 살 때도 있었고, 또 어떤 날은 마차를 타기에는 애매하지만 F 같은 어린아이가 걷기에는 조금 벅찬 거리에 있는 외딴곳의 저택에서 이상한 재료를 받아올 때도 있었다. 오늘의 심부름은 후자였다. F는 이 심부름을 힘들어하기보단 좋아했다. 그 저택은 ...

"왜 그런 이상한 곳에 간 거야……." E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는 A를 흘끗 봤다. A는 기분 좋은 한숨과 함께 연기를 내뿜으며 씩 웃었다.

D가 하는 일은 대부분 합법적인 일은 아니었다. 아니, 대부분이 아니지. 전부 다 합법적인 일은 아니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서 아슬아슬하게 줄을 탈 때도 있었고, 때론 불법을 과감히 저지르면서도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못했다. D는 그런 일에 너무나도, 슬플 정도로 익숙해졌으니까. 그런 D는 지금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머리도 단정히 묶은 채 제 앞에...

‘잠깐 몸을 숨기는 게 좋을 것 같다, 동생아.’ ‘그래, 나머지는 누나랑 형에게 맡겨.’ ‘너를 잃을 순 없어.’ C는 눈을 번쩍 뜨고 낯선 천장을 보았다. 여기서 생활한 지 이제 막 사흘이 지났고, 아직 몸은 적응되지 않는다. C는 적당히 두꺼운 이불을 걷어내 다리를 침대 아래로 내리며 하품을 찍 했다. 넓은 방은 C가 평소에 지내는 방과 크기가 비슷하...

B는 조용한 복도를 천천히 거닐었다. 이 일을 시작한 지 이제 이틀 차, 그 이상한 주의사항을 지키기란 어렵지 않았다. 그냥 자기 할 일만 열심히 하면 그런 기이한 트러블에 휘말릴 일 따윈 절대 없지 않은가. 바깥의 햇빛을 차단하는 커튼을 단정히 정돈하며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혹여 햇빛이 새어 나오는 곳이 있는지 꼼꼼히 살피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A는 특별히 돈이 필요하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술집을 전전하며 싸구려 내기 도박에서 왕창 딴 돈을 고급스러운 카지노에 가서 몽땅 털렸다. 더 낼 돈은 없고 도박은 하고 싶고. 돈은 없는 주제에 계속 카지노에 엉덩이를 붙이고 늘어지니 경비원과 딜러만 골치가 아팠다. A는 아직 카지노에 돈을 다 갚지도 않았는데 자기는 할 수 있다며 돈을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