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생■계획표

完

도망친 이유라가 바삐 눈을 굴렸다. 주차장으로 갈 수 있는 길. 중앙계단은 안된다. 그렇다면 가장 가까운 길은? 뒤쪽 계단이다. 이유라의 시선이 교실을 지나, 끝에 있는 문에 닿았다. 뒤늦게 김주희가 올라왔다. 이유라가 김주희의 등을 떠밀었다. “얼른, 얼른 가야 해.”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건물로 가는 게 나을까요?” 서하빈이 방송실에 난 창을 통해 밖을 물끄러미 보았다. 운동장에는 학생들은 물론, 근처 주민도 우글우글 모여 있었다. 학교 안도 절망스럽지만 바깥도 매한가지다. 탁고희는 잠시 고민했다. 건물을 통해 주차장에 가려면 교실이 있는 복도를 지나서 뒤쪽 계단으로 내려가야만 한다. 서하빈이 ...

“씨발…….” 화장실에서 나온 고강경이 달려드는 괴물을 무자비하게 두들겨 팼다. 강서연도 마음이 안 좋은 건 매한가지다. 둘은 말없이 복도를 질주했다. 괴물의 수는 아까보다 더 늘어났다. 우은지가 소리친 탓인지, 교실 안에 있던 괴물도 바깥으로 나와 우글거렸다. 고강경이 혀를 쯧 차며 자루를 휘둘렀다.

아까 고강경이 밀어낸 괴물이 머리부터 처박힌 채 꿈틀거렸다. 고강경은 질색하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쌤, 근데 열쇠 어디 있어요?” “교무실 가봐야지.” 대꾸하며 5층 복도에서 몰려드는 괴물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그 역시 학생이었다. 흰 하복은 어느새 피투성이가 되었다. 우은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미 괴물이 된 학생은 어쩔 수 없다. 지금 남아있는 ...

우은지는 줄담배를 피우며 운동장을 배회하는 괴물을 바라보았다. 교복을 입은 학생, 체육복을 입은 학생, 사복을 입은 학생, 학생보다 몇 없는 선생들. 오늘 점심까지만 해도 급식실에 다 함께 모여 밥을 먹던 사이었다. 우은지는 필터 끝까지 빨아 댕기곤 재떨이 대용인 종이컵에 담배를 비벼 껐다. 비단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라 전체의 문제다. 대체 오늘 뭐...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만 조용히 들렸다. 서하빈은 문제집을 좀 풀다가 샤프를 놓고 책상에 엎드렸다. 문제집에 있는 내용은 머리로 들어오지 않았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문제집의 하얀 부분은 종이요, 까만 것은 글자로다. 도 닦는 노인네도 아니고. 서하빈은 한숨을 푹푹 내쉬며 고개를 틀었다. 천장에 달린 선풍기가 탈탈탈 돌아갔다. 오후가 된 하늘은 여...